차세대 앵커기업 육성…경북 주도 미래경제 새판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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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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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형 新전략 산업

신산업 분야 생태계 조성 활발

포항 강소연구개발특구 지정
경주 혁신원자력기술연구원 유치
LG화학 구미 투자 등 이끌어
경북 안동·예천의 경북도청 신도시 전경. 민선 7기를 맞은 경상북도가 앵커기업 유치에 공을 들이며 경제와 관광 분야 새판 짜기에 들어갔다. 경상북도 제공

대학 졸업 이후 식물 기반의 백신 연구개발(R&D)에 주력해온 경북 포항의 손은주 바이오앱 대표(49). 손 대표는 지난 4월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그린백신 제조품목허가를 받았다. ‘허바백TM돼지열병 그린마커’라는 그린백신이다. 동물이 아니라 식물 플랫폼에서 생산해 품목허가를 받은 바이오의약품이다. 포스텍 교수로 창업한 지 8년 만이다. 이 회사는 플랫폼기술(단백질 고발현 및 정제기술) 개발 덕분에 인체용 백신과 암 치료제 등의 개발 가능성도 열었다. 포항과 경상북도가 추진하는 그린백신산업의 앵커 기업(신산업 분야 선도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앵커 기업 육성이 산업 위기를 맞은 경북 경제를 살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상북도는 앵커 기업 중심의 신산업 분야 생태계 조성으로 경제·관광 분야 새판 짜기에 돌입했다.

경상북도는 지난달 16일 소형 원자로 사업을 주관할 혁신원자력기술연구원 유치에 성공했다. 내년부터 2028년까지 7210억원을 들여 경주 감포관광단지 내 362만㎡ 부지에 혁신원자력기술연구원을 건립한다. 차세대 원자력산업을 키울 앵커 기관이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차세대 원전시장은 소형 원자력 시장이 될 것”이라며 “환동해 지역을 국제에너지과학연구단지로 조성하고 소형 원자로 산업을 대표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경상북도가 6월 이후 포항의 강소연구개발특구 지정, 경주의 혁신원자력기술연구원 유치,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 지정, LG화학의 구미 투자 등 앵커 기업과 앵커 기관 유치를 이끌어냈다. 구미 전자와 포항 철강산업 위축, 대표 산업단지의 수출 감소로 위기에 빠진 경북 경제를 살릴 불씨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민선 6기를 시작한 2014년 515억달러이던 경북의 수출은 지난해 409억달러까지 떨어졌다. 올 상반기에는 187억달러(전년 같은 기간보다 10.3% 감소)로 올 연말 400억달러 붕괴도 우려된다. 구미국가산단 가동률은 2014년 77%에서 올 1분기 전국 평균(76.9%)보다 크게 낮은 65.9%로 전국 최하위권이다.

이 지사가 민선 7기 1주년을 맞은 지난달 1일 공직자들에게 침과대단(枕戈待旦)의 자세를 주문한 이유다. 창을 베고 자면서 아침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민선 7기 경북 앞에 놓인 상황은 그야말로 전시나 마찬가지란 판단이다.

경상북도는 지난 24일 정부로부터 배터리 리사이클링 분야 규제자유특구에 지정됐다. 2017년 5월 2차전지 분야 앵커 기업인 에코프로(에코프로GEM)에 이어 특구에 GS건설과 포스코케미칼 등 많은 기업이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 투자계획을 잇따라 밝히고 있다. 경북테크노파크는 2차전지 생태계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할 무선전력전송기술센터에 KAIST 출신이 창업한 산업용 센서개발 앵커 기업인 에타일렉트로닉스(대표 남정용)와 지난달 협약을 맺고 하반기 경산 유치를 확정했다. 2차전지, 소재, 무선충전 등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이재훈 경북테크노파크 원장은 지방의 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앵커 기업 발굴과 육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소재 부품 기업이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양산 테스트를 해야 하지만 수십에서 수백억원이 드는 투자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 “소재 부품 기업을 키우려면 양산시험을 할 수 있는 파일럿 플랜트가 필요하지만 대기업도 하지 않고 중소·중견기업도 할 수 없다”며 “이런 ‘시장의 실패’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이 원장은 “실패해도 책임을 묻지 않되 성공하면 수익을 지역에 환원해 다른 기업의 성장을 이끌면 소재산업 위기도 극복하고 신산업 생태계도 조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경창 포항시 부시장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는 앵커 기업, 코디네이터(연구기관, 대학) 기관과의 지속적인 스터디를 통해 나왔다”며 “이제 기업 유치를 위해서는 싼 부지뿐만 아니라 연구개발 인력 공급, 시험·인증·파일럿 시설 지원, 사업 확장에 필요한 규제완화를 (지방)정부가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앵커 기업 못지않게 이들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코디네이터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지방 소멸 위기를 맞은 경북 농어촌의 마을을 구하고 중소도시의 관광산업을 살릴 대안도 코디네이터와 앵커 기업에서 나왔다. 전미경 안동 관광두레PD(총괄기획자)가 주민들과 함께 안동에서 세운 여섯 개 관광 앵커 기업은 경북 관광의 새 모델을 제시했다. 이들 기업은 신세대 여행상품을 개발하고 고택을 활용한 북카페 문화 체험으로 지난해 5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5억8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경북의 사회적 경제도 앵커 기업과 코디네이터인 지역과소셜비즈, 사회적경제종합상사 등의 활동으로 청년과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에 성과를 내고 있다. 경북의 사회적 기업 수는 지난해 말 기준 257개로 서울, 경기 다음으로 많다. 위기의 경북 경제와 소멸 위기의 농촌마을이 현장의 앵커 기업과 코디네이터들의 활약 속에 새 전기를 맞을지 민선 7기 이철우 지사가 이끄는 ‘경북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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